2019년 회고

by Joongi Kim

올해는 회고글을 쓸 시간을 따로 내지 못할 만큼 끝까지 바빴다. 짤막하게 주요 사건을 정리해본다.

  • 창업 4년차를 넘어선 래블업은 실질적인 매출이 발생하기 시작했고, Backend.AI 프로젝트 또한 컨테이너 기반 GPU 가상화 기술과 웹 기반 GUI 콘솔을 바탕으로 드디어 '판매 가능한' 수준의 제품이 되었다. 인원도 10명 규모가 되었는데, 이제 보다 큰 규모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업무 프로세스 개선이나 devops 고도화 등 여러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 되었다.
    • 다수의 고객사와 다수의 협력사가 생겼다. MOU를 맺거나 제품을 공동 공급하는 등의 다양한 형태가 있다.
    • 창업하면서 첫번째 목표는 우리가 만드는 기술 제품이 시장에서 먹히는지 확인하는 것이었는데, 그 목표는 달성했다. 이제는 규모와 수익률을 키울 차례.
    • sales pipeline, lead generation과 같은 용어들을 처음 알게 되었고, 예전에는 추상적으로만 생각했던 business development라는 게 무얼 하는 것인지 조금은 알게 되었다.
    • 하나하나 내가 다 신경써가면서 할 수 없는 범위와 크기가 되었다. 다른 사람에게 일을 믿고 맡기는 것에 익숙해지지 않으면 감당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아직은 엔지니어로서 좀더 성장하고 좀더 많은 시도를 해보고 싶은 욕심이 있어서 그 균형을 어떻게 유지해나갈까 고민이다.
    • 내가 처리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나는 일들에 대해서는 좋게 말하면 적절히 쳐내는 것이고 나쁘게 말하면 방어적인 태도가 필요한데, 이 역시 어디가 적정선인가에 대해서는 아직 익숙하지 않다. 일단 지금 하고 있는 일의 규모로는 인원이 3배쯤은 더 있어야 할 것 같은데, 사람을 채용하는 것 자체도 일이고 채용하고 나서도 회사의 문화를 유지하면서 효율적으로 업무할 수 있게 하는 것은 또 다른 일이다.
    • 6개월은 커녕 3개월 전만 해도 아득한 옛날 같다. 기억나지 않는다. 이제는 무슨 요청을 받거나 메일을 받으면, 그 자리에서 처리하든지 지우든지(archive 포함) 거의 둘 중 하나다.
    • 12월부로 선릉역에 첫 독립사무실을 꾸렸다. 아직 인테리어와 집기 정리 등이 좀더 필요한 상황. 다시 스트렝스 운동도 시작할 계획.
    • 대한민국 인터넷대상 기술혁신부문 과기정통부 장관상을 받았다. 돈 주고 받는 상이 아니라서 의미가 있다.
  • PyCon KR에서 5년 연속(...) 발표했다. asyncio를 하도 우려먹어서 2020년에는 좀 다른 주제를 할까 아니면 좀 쉬어갈까 생각 중.
    • 요즘은 Backend.AI 코드베이스 규모가 워낙 커지다보니 type annotation을 본격 도입하고 있는데 생각보다 아직 빈구멍이 꽤 많다. 점진적 typing 적용에 대한 경험 같은 걸 얘기해볼까 싶다.
    • 회사일이 너무 비중이 커지다보니, aiodocker 메인테이너 역할이라거나 오픈프론티어 쪽 활동은 상대적으로 좀 소홀하였다.
    • 드디어 2018년 발표주제였던 Callosum의 첫 공개 릴리즈를 하였고 Backend.AI 적용 작업 중이다.
  • 개인적으로는 미국을 무려 5번이나(!) 방문하면서 그동안 대학원에서 (원래 미국에서 하는 학회에 갈일이 자주 있는) 전산 전공자 치고는 이상하게 미국 밖에서 할 때만 학회를 갔던 징크스(?)를 깼고, 국제운전면허로 해외에서 처음 운전을 해보기도 했다. 그것도 무려 시카고 시내에서까지. 물론 내 주변에서는 아예 해외에 자리잡고 사는 선후배나 친구들이 많아서 뭐 이게 특별한 일도 아니긴 하지만, 내게는 신선한 경험이었다. 교환학생이나 인턴이 아닌 출장으로만 총 한달 반 정도 되는 기간을 미국에 있었다.
    • 왠지 이제 bay area는 친숙하다. 엘카미노레알이라든지, 101번 고속도로라든지...
    • 1월 하와이 출장은 학회 참가로 간 것이긴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그것이 유일한 휴가였다. 그 이후로 병가나 재택 말고 정식 휴가는 거의 못 썼다. ㅠㅠ 출장 왔다갔다 하면서 비행기 타고 출입국 전후 하루 정도 관광하거나 쉬는 게 사실상의 휴가.... 주말은 원래 재택근무하는 날이었던가....
    • 첫 출장이었던 빅아일랜드 마우나케아 산에서 보았던 쏟아지는 별밤과, 마지막 출장이었던 시카고 존핸콕 타워의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노을과 야경은 평생 잊지 못할 듯.
  • 형과 형수님과 조카 셋(!)과 부모님과 한 집에서 살기 시작했다. 다이나믹하다. 아이들이 있어서 정신없기도 하지만, 커가는 과정과 재롱 피우는 모습을 보면 이래서 아이를 키우는구나 싶다. 물론 아이들이 말귀 알아듣고 똥오줌 가리는 정도까지만이라도 키우는 게 얼마나 엄청난 일인지도 깨닫고 있다.
    • 주변에서는 독립해서 사는 게 나을 거라는 얘기도 하는데, 고등학교 때부터 13년 반을 가족과 떨어져 타지 생활을 했던 나로서는 아직까지는 가족과 함께 있는 것이 좋다. 어쩐지 각종 집안일 스킬이 늘고 있기는 하다. 과일도 잘 깎게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