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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yCon KR 참석 후기

by Joongi Kim

올해 막바지 여름휴가를 보내며 4일간 강원도 산골과 동해바다에서 힐링(?)하고 돌아온 후 PyCon KR 2015에 다녀왔다. 학부 때 SPARCS 동아리에서 쓰기 시작해 지금은 내 주력 프로그래밍 언어가 된 Python의 사용자들이 모여 삽질 경험도 공유하고 유용한 지식도 공유하고 그러는 축제의 장이었다. 형식은 학회(conference)의 틀을 빌리지만, idea novelty와 technical excellence를 겨루는 학술대회(academic conference)와 달리 "friendly"함을 모토로 한다.

누군가 요약하기를, 이런 행사에 나오면 좋은 점이

  1. 남들도 나랑 같은 삽질을 하고 있구나(나 혼자 바보는 아니구나)는 걸 깨달아 위안을 얻음
  2. 온/오프라인 활동을 잘 하지 않는 개발자 지인들 생존 확인

이라고 하는데 정말 맞는 얘기인 듯. ㅋㅋ IRC 모 채널 멤버들의 확대정모라고 해도 좋을 만큼 오프라인에서 오랜만에 뵙는 분들이 많았고, 회사를 옮긴지 한참 되었는데 나는 옛날 상태로만 알고 있어서 인사하고 당황스럽기도 했다.

PyCon 자체는 이미 38개국에서 매년 열릴 만큼 꽤 큰 행사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작년에서야 처음 개최됐고, Naver LINE에서 일하시는 배권한님이 파이썬 재단 비영리법인을 이번 달에 만들면서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규모를 키우기 시작했다. 내년에는 PyCon APAC을 열기로 확정된 상태라고 한다. (아, ACM APSys 2012 등록업무 및 행사장 준비하며 삽질하던 기억이 난다... 배권한님께 vegeterian과 visa 발급을 위한 invitation letter에 대한 대비도 하시라고 미리 얘기해놔야지.)

이번 행사는 내게도 뜻깊었던 게, Lablup 회사를 차린 후 약 140여일 만에 처음으로 외부에 회사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 공식적으로 알린 자리이기도 했다. 발표내용은 주로 서비스 컨셉, 기술스택 결정과정과 실제 구현하면서 겪은 삽질들에 대한 이야기였고, 정규님이 스토리와 전체 틀을 잡긴 했지만 당연히 준비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에 아예 만담 형식(...)으로 의자 놓고 앉아서 편하게 두런두런 이야기하는 형식으로 진행했다. 인기투표로 결정된 시간표 덕분에 첫날 오전 세션이었는데, 상현 형 키노트가 너무 일찍 끝나버리는 바람에 여유롭게 세팅하고 사람들도 충분히 쉬고 많이들 들어와서 성황리에 마칠 수 있었다.

기억에 남는 세션으로는 비트패킹컴퍼니의 정민영님이 발표한 Celery의 빛과 그림자, 구글 도쿄에서 일하는 Ian Lewis님의 gRPC와 Kubernetes 소개1, 스포카의 김재석님이 발표한 도도와 파이썬: 좋은 선택과 나쁜 선택, 스마트스터디 박현우님의 Django in Production, 그리고 라이트닝토크로 진행된 박조은님의 어느 여자 개발자의 육아휴직 2년 정도를 꼽을 수 있겠다. Celery에서 주의할 삽질 포인트의 경우 우리 서비스에서도 조만간 Celery를 사용해야 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관심이 있었고 내용도 유용했다. Kubernetes 또한 docker 컨테이너 관리 때문에 관심이 있었는데 생각보다 기술적인 내용은 많지 않아서 조금 아쉬웠다. (그래도 실제로 어떻게 돌아가는구나 보여준 데모도 좋았고, Google Cloud Platform은 웹브라우저에서 바로 ssh 터미널 접속 지원해서 ssh가 막힌 곳에서도 VM 관리가 가능하다는 매력포인트를 알게 되었다.) 도도 서비스 이야기는 '스타트업의 마감시한은 남은 돈이다. 늦은 결정이 나쁜 결정인 이유는 연대보증 서보시면 압니다.' 이런 이야기로 사람들의 진심어린 공감을 자아냈다. Django in Production에서는 역시 남들도 다 비슷한 삽질을 하는구나 싶었고, 동시에 웹개발이라는 게 말랑말랑해보이지만 실제로는 상당한 복잡성을 가진 분야라는 점을 다시금 일깨워주었다. 마지막의 육아휴직 이야기는 차별금지와 복지에 관한 사회적 관심 + 흔치 않은 여성개발자의 등장 효과로 많은 사람의 박수와 격려를 받았다. 특히 복직하는 과정과 결국 이직해야만 했던 상황을 이야기할 때 많은 사람들이 응원해주었다.

사실 여기 나열한 것 말고도 듣고 싶었는데 오랜만에 만난 사람들과 수다 떨다가 깜빡하거나 시간표가 겹쳐서 못 들은 것도 많다. ㅠㅠ

오랜만에 아는 사람들도 많이 만나고, 발표자로 참가해서 여러 혜택(?)도 많이 받았으니, 내년·내후년 이후에는 좀더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싶다. 배권한님, 김정환님, 박현우님, 박민우님 등등 여러 스태프와 자원봉사자 분들에게도 이런 즐거운 자리를 가질 수 있게 해준 것에 감사드린다. 다음 또는 다다음 파이콘에서는 asyncio 패키지에 대한 튜토리얼이라든가, 실제 NBA에서 Snakemake2를 쓰면서 얻은 노하우(복잡한 C/C++ 프로그램 컴파일 용도로 쓰는 법) 같은 것도 튜토리얼이나 5분짜리 라이트닝토크로 하면 재밌을 것 같다. 이러한 커뮤니티 행사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수 있으면 좋겠다.


  1. 끝나고 뒷풀이 자리에서 따로 물어봤는데, 아직 Amazon ECS를 오픈소스화한 정도에 지나지 않고 실질적인 resource consolidation이나 service discovery 부분은 부족한 것 같다. etcd를 추천해주더라는.

  2. 웹사이트 참고. 국내 Python 계의 아이돌(?) 장혜식님 발표에서 소개된 병렬화를 지원하는 task graph 실행기로, 사실 나는 NBA에서 GNU make 대신 이미 써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