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roSys 2015 Accepted!

by Joongi Kim

어제 오후에 이 소식을 알게 되었을 때, 나는 기뻐서 날뛴 것이 아니라 갑작스런 두통이 찾아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무언가 무슨 생각을 하기도 전에 그동안의 쌓인 한(?)에 대해 몸이 먼저 반응했던 것일까.

참으로 오랜 삽질이었다. 석사 때부터 쭉 이어온 흐름을 생각하면 무려 5년, 실제로 현재 버전의 설계와 코딩 작업을 시작한 것만 따져도 2년의 시간이 걸렸다. 물론 제출한 논문이 절대로 완벽한 것도 아니고 너무나 빈 구멍이 많지만, 그래도 '이번에는 최소한의 내용은 채웠다'라는 느낌을 가지고 있었는데 좋은 결과로 돌아와서 다행이다. Conditional accept이라고 하지만 연구실 선배의 말에 의하면 일단 그렇게 붙여놓고 shepherding1을 잘 따라오게 하려는 것이기 때문에 큰 걱정은 안 해도 된다는 듯.

이미 전에도 논문을 여러 번 제출하고 떨어지기도 하고 제출하려다 draw-back한 적도 있고 숱한 우여곡절이 있었다. 논문이 계속 안 나와서 초조해지며 심적으로 힘들 때도 있었고, 내가 과연 대학원에 와도 되는 사람이었나 하는 고민을 할 때도 있었다. 그래도 내가 힘을 얻었던 것은 (나를 내쫓지 않고) 정말 끈기있게 기다려주신 지도교수님의 힘이 컸고, KAIST 학부 출신에 유학 후 교수로 복귀하신 전자과 한동수 교수님이 자기도 첫 논문 나가기까지 일곱번도 넘게 떨어져봤다면서 꾸준히 하다보면 언젠가 빛을 본다는 말씀을 해주실 때였다. 내 논문뿐만 아니라 연구실 선후배·동료들의 논문 작업 과정을 옆에서 지켜보면 어느 정도 기본 퀄리티 이상이 된 이후 논문이 붙고 떨어지는 건 학회도 잘 만나야 하고 리뷰어도 잘 만나야 하는, 다분히 운이 따르는 일인 것 같기도 하다. 이번에도, 분명히 내 논문보다 더 열심히 일해서 더 잘 쓴 논문들 중에도 이 학회에 제출했다가 떨어진 경우들이 있을 것이다.

박사과정이라는 긴 여정을 생각하면, 이제 겨우 첫 논문인 셈이고 박사연구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이와 같은 일을 한두번은 더 겪어내야 할 것이다. 한 주제로만 너무 오랜 기간 잡고 있다보니 새로운 주제를 어떻게 잡아야 하나 하는 걱정도 드는데, 이 또한 헤쳐나가야 할 일이겠지. 어쨌든 이제 조금은 마음의 여유를 가질 수 있을 것 같다.


  1. 전산분야에서는 학회에 논문을 제출한 후 accept 여부와 함께 리뷰가 딸려오는데, 실제 학회를 하기 전에 camera-ready라고 해서 리뷰를 반영하고 논문의 완성도를 높인 후 논문을 공개하게 되어있다. 학회에 따라 저자들이 알아서 수정해서 내게 하는 곳도 있고 "shepherd" 역할을 맡은 심사위원이 논문별로 한명씩 붙어서 이 과정을 감독하기도 하는데 이번에는 후자에 해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