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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시작

by Joongi Kim

2014년 회고와 더불어 새로운 블로그의 시작을 알리고자 하는 글이다. 새로운 디자인의 개인 홈페이지를 포함, 이 블로그는 Jekyll을 이용해 만들어지고 GitHub Pages를 통해 호스팅된다. 기존 개인 서버가 여러 지인들의 웹사이트와 내 개인 웹사이트, 마인크래프트 서버 등 여러 서비스를 동시에 돌리기 위해 다소 고사양의 가상서버호스팅을 이용해왔는데, 텍스트큐브 개발용으로는 Amazon AWS의 최저사양(t2.micro) 인스턴스로도 충분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데이터베이스나 첨부파일 등도 RDS/S3를 이용하는 게 여러 모로 백업 등의 관리 오버헤드를 생각했을 때 훨씬 싸게 먹히는 시점이 도래했기 때문이다. 기존 텍스트큐브 블로그의 글을 여기로 모두 옮겨올지, 아니면 이곳의 글들을 텍스트큐브 블로그로 동기화할지는 아직 정하지 않았지만 일단은 Jekyll이 내가 원하는 기능을 잘 구현하고 있어서 당분간은 이 도구에 새로이 정착해보려 한다. (현재까지 발견한 Jekyll의 단점은 Windows 운영체제에서 설치하기가 좀 귀찮다는 것 정도? 이것도 잘 정리해놓은 페이지가 있어 크게 어렵지는 않다.) RSS/ATOM feed는 Octopress 등을 참고해서 차차 추가해나갈 예정.

2014년 회고

2014년 회고를 이제 와서야 쓰는 이유는 3년 만에 가족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연말연시였기 때문이다. 갑자기 회고글을 쓰려니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겠어서 2013년에는 어떤 회고글을 썼던가 기억을 더듬으며 찾아보니 2013년의 끝과 2014년의 시작은 육군논산훈련소와 함께 했다. -_-; 훈련소에서 회고글 따위를 썼을 리가 없지. (아, 무한 바느질이여.... ㅠㅠ) 2012년 회고글은 영국 케임브리지 시내의 스타벅스 카페에 앉아서 썼는데, 주로 멘붕의 기록이 엿보인다.

개인적으로 몇가지 주요 사건을 짚어보면, 이 해로 박사 3년차를 맞이했고, 2013년 가을부터 시작한 본격적인 GPU 기반 네트워크 패킷 처리 프레임워크(논문 accept이 어딘가 되는대로 오픈소스 공개 예정)를 완성에 가깝게 만든 시기다. 글로벌박사펠로우십 지원이 끝나 교수님과 함께 한국연구재단의 중견연구자지원사업을 통해 분산형 소프트웨어 라우터 시스템에 관한 3년짜리 프로젝트를 따왔고 덕분에 여러 명의 석사 후배들을 연구실에 데려올 수 있었다. 논문은 아직까지 나오지 못했지만, 건이형이 Microsoft Research에서 Intel로 옮겨가는 사이 뜬 시간을 이용해 여름 내내 포닥으로 와있으면서 GPU 성능 튜닝에 많은 도움을 주었다. 드디어 교수님이 내 박사 졸업과 관련해 proposal을 좀 해야 하지 않겠느냐 하는 말씀을 하시기도 했다. (물론(?) 아직까지 못했다...) 똑똑한 석사 후배들과 함께 일하면서 새로운 자극도 받고, 또 논문 작성을 도와주면서 '아, 그래도 내가 박사과정 헛살지는 않았구나' 싶은 순간도 있었다.

연말에는 가족들과 시간을 함께 보내면서 쉬엄쉬엄 텍스트큐브 개발에도 다시 손을 댔다. 특히 inureyes님과 함께 그동안 골칫거리였던 스팸 문제의 원천 해결을 위해 Google reCAPTCA 플러그인을 개발하고 이에 필요한 코어 기능 수정을 진행했다. 또한 DaumKakao 합병 이후 Daum 사내용 클라우드 서비스가 종료되면서 스폰을 받아오던 모든 서버 환경을 Amazon AWS와 GitHub으로 옮기는 작업을 진행했다. Popong 프로젝트는 (정작 우리 연구실의 윤규 형을 밀어넣어 놓고) 거의 손을 대지 못했는데 아무래도 이건 박사 졸업하기 전까지는 쉽지 않을 것 같다. ㅠㅠ 그래도 은광 형의 후광 아래 은정 누나철이 주도로 꾸준하게 나아가고 있어 다행이다. :)

가족관계에서도 대사건이 하나 있었는데 바로 형과 형수님이 쌍둥이를 가졌다는 것. 맞벌이라 원래는 장모님이 봐주시기로 되어 있었으나 갑자기 2명이 되는 바람에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고(게다가 형수님의 여동생분도 지난해 결혼), 산후조리원 비용에도 할증이 붙고 분유·기저귀값에 자동차도 다인승으로 바꾸고 카시트도 추가구입해야 하는 등 기하급수적으로 육아 부담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첫 조카는 이제 두돌을 막 넘어 무럭무럭 잘 크고 있는데, 아직 발음은 정확하지 않아도 어느 정도 먹고 자고 노는 것에 관한 대화가 되는 수준에 도달했다. inureyes님 왈 사람만이 가지는 특징이 바로 거울뉴런(다른 사람의 행동을 모방하게 만드는 신경세포)의 존재라고 하던데, 본격 소꿉놀이 때문에 놀아주다가 지칠 지경이 되었다. 두어번 열심히 놀아줬더니 내가 있으면 나하고만 놀려고 해서 큰일;; 그래도 사람이 태어나 자라는 과정을 보면 신기할 따름이다.

국내 정세

사회적으로는 박근혜 대통령의 집권 2년차였고, 언제나 그렇듯 경제가 국가적 관심사였다. 이명박 정부가 남긴 재정압박을 해소하기 위해 각종 경기부양책과 세수증대 정책(예: 2015년 1월부터 담뱃값 2,500원 → 4,500원 인상)을 시행하고 있는데 과연 정말 대다수 국민들에게 도움이 되는 정책일지 재벌들에게만 도움이 되는 정책일지는 두고 봐야 할 것이다. 이미 사람들이 '기업을 살려야 나라가 잘 산다'라는 명제에서 낙수효과 따위는 없다는 걸 몸소 체감하고 있기 때문에 반발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좀더 장기적으로는, 베이비부머 세대의 가계자산이 부동산에 심각하게 쏠려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경제주체로 편입되는 20~30대 사람들의 부동산 구입여력이 거의 없기 때문에 현재의 노령인구가 사망하고 부동산이 다음 세대로 넘어가기 시작하는 시점(약 10~20년 후)이 왔을 때 어떻게 부동산 가격을 연착륙시킬 것인지, 부동산에 쏠려있는 경제 자산을 어떻게 기업·동산 투자로 이끌어낼 것인지 대해 많은 사람들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와 함께 안전갑질 청산이 2014년 새롭게 떠오른 화두가 되었다. 특히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붕괴사고, 4월 16일의 세월호 침몰사건, 판교 환풍구 붕괴사고, 롯데월드타워의 연이은 안전사고들이 사람들에게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다시금 일깨워주었다. 이 중에서도 역사에 길이 남을 세월호 사건은 하필이면 수학여행을 가던 한 고등학교의 한 학년 거의 전체를 집어삼켜버렸다는 점에서 많은 사람들을 슬픔에 빠지게 했다. 과거에도 이와 비슷하거나 더 심한 대형참사들(삼풍백화점 붕괴 등)이 있었지만, 이들은 세월호와 달리 불특정 대중에게 피해가 갔다는 점이나 실시간으로 모든 과정이 중계된 데다 제대로 된 시스템이 가동되었다면 구조 가능성이 높았을 세월호와 달리 비교적 순식간에 일어났다는 점에서 세월호 사건만큼 사람들에게 정신적 트라우마를 남기지는 않았던 것 같다. 물론 직접 사고 피해를 당했던 분들이나 그 주변 사람들 앞에서 감히 사건의 경중을 따질 순 없겠지만, 적어도 지켜보는 한 사람의 국민의 입장에서 그렇다는 것이다. 과거에 비해 인터넷·SNS의 발달로 인해 사고와 관련된 온갖 정보들이 넘쳐흐르는 것도 투명성 강화에 기여하는 부분도 있었지만 한편으론 사건을 왜곡하고 정치 싸움으로 변질시키는 부정적인 측면도 보여주었다.

경제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강력하게 추진하던 규제완화 정책도 안전 이슈와 맞물리면서 다소 제동이 걸린 상태로, 세월호 사고가 바로 규제완화 부작용의 대표 사례로 볼 수 있다. 선박연령제한 완화에 따라 노후선박을 수입·수리해 운항하던 것이라 사고가능성이 높아진 상태에서 실제 대형참사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세월호 이후 정치권이 혼란한 가운데 8월엔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한국을 방문하여 한국 순교자 시복식과 성모승천대축일 미사를 집전하였다. 특히 모든 정치적 논란을 떠나 세월호 유가족들을 직접 만나 위로하고 방한일정 내내 노란색 추모리본을 달고 있었다는 점에서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나 또한 대전 월드컵 경기장에서 진행됐던 성모승천대축일 미사에 직접 참가할 수 있었기 때문에 큰 기쁨이었다.

연말 들어 터진 큰 이슈는 대한한공 조현아 전 부사장의 땅콩회항 사건이다. 대한항공과 몇몇 설계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아버지 회사에서도 비슷한 사건들을 직접 겪었을 정도인데, 여기서 자세히 밝히기는 곤란하지만 회사분 중에 심리치료까지 받은 분도 있다고 하니 말 다했다. (대한항공이 발주처이니 차마 항의도 못했을 상황.) 여튼 땅콩회항 사건은 갑(甲)질에 대한 사회적 분노의 기폭제 역할을 했다. 게다가 몇몇 유명대학 교수들의 성추행 사건도 이런 상황에 사람들을 더욱 민감하게 만들고 있다.

일련의 사회 현상을 보면서 느낀 건 점점 사람들이 서로의 입장과 관심에 대한 배려가 부족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사람들은 갈수록 늘어나는 경쟁 때문인지 조금 양보하면 원만하게 해결될 일들도 손해보는 것에 대해 매우 예민해져 있어 크게 폭발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세월호 특별법 제정 과정에서 발생한 논란들을 보아도 그렇고, 돈이 많거나 특정한 사회적 지위가 있는 사람들이 보여주는 갑질 횡포 사건들을 보아도 그렇다. 사회라는 게 모든 사람들의 이익을 다 충족시켜줄 수 없는 만큼 극단적인 상황으로 치닫지 않도록 막아주는 건강한 갈등해결 시스템이 필요한데, 앞으로도 세대 간 갈등이나 부자·서민 간 갈등 등 압축성장을 하며 곪아버린 부분들을 정치적으로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가 대한민국의 주요 화두로 지속될 것 같다.

세계 정세

세계적으로는 대형 항공기 사고가 유독 눈에 띄었다. 1년이 다 되어가도록 잔해 위치조차 찾지 못한 말레이시아항공의 인도양 항공기 실종과 불과 몇 개월 뒤의 동 항공사 소속 비행기의 우크라이나 분쟁지역에서의 격추 사건은 항공사고에 대한 두려움을 키웠다. 2013년 7월 아시아나 항공의 샌프란시스코 공항 착륙 사고가 있었지만 그래도 승무원들의 빠른 대처로 인명피해를 최소화해 우리나라 항공사들에 대해선 크게 사람들이 걱정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러시아가 신흥 부국으로 한창 떠오르고 있었는데 갑자기 급추락하기 시작한 것도 주목할 만한 일이다. 위의 항공기 격추사고와 관련된 우크라이나 분쟁으로 인해 미국과 서유럽의 심기를 건드린 것 때문인지 아니면 단순히 경제적 상황에 의한 것인지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미국의 셰일석유 증산 조치로 국제적으로 유가가 떨어지면서 러시아의 재정을 나락에 빠뜨려버렸다. 러시아 재정은 절반 이상이 석유 수출에 의존하고 있고, 국가 예산이 유가가 배럴 당 100달러 언저리일 때를 가정하고 짜여졌는데 60달러도 안 되는 상황인 것. 러시아가 예전처럼 국가부도 위기를 겪을 것인지 아니면 푸틴의 강력한 통제력으로 위기를 벗어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한 것 같지만, 미국이 여전히 경제적 패권을 쥐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일이라 하겠다.

IT 트렌드

서버·클라우드 시장에서는 컨테이너 기반 가상화 기술(OS-수준 가상화라고도 불림)이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그 중에서도 docker라 불리는 리눅스 기반 가상화 기술이 뜨면서 Amazon과 Google이 앞다투어 docker 컨테이너 관리 서비스를 런칭하였다. [(1)](http://aws.amazon.com/ecs/) [(2)](https://cloud.google.com/container-engine/)

스마트폰 시장은 더욱 성숙기를 맞이했고, 애플은 드디어 아이폰6와 6+ 모델을 통해 아이폰의 화면 크기(가로)를 키웠다. 중국은 저가시장에서 무섭게 삼성·LG를 추격하며 샤오미가 돌풍을 일으켰다. 하지만 부족한 특허자산과 미-클라우드의 저작권 이슈 등으로 선진국 시장에 무사히 진입할 수 있을지는 의문시되는 상태다. 중국 자본의 영향력이 전세계적으로 커지는 가운데 알리바바의 상장으로 창업자 마윈은 세계적 부호가 되었고 중국과 해외 기업들의 국내 게임·IT 회사 인수는 더욱 늘어났다. 내가 지인들을 두고 있는 회사로는 5rocks1Tapjoy에 인수되었다.

스티브잡스 사망 이후 정체되었다는 느낌을 주던 애플이 되살아난 한 해이기도 했다. 그동안 Objective C++에 의존했던 프로그래밍 언어를 Swift라는 자체 설계한 새로운 언어로 전환했고, 이 언어는 마치 Python/Go/Rust 언어와 유사한 문법에 C#처럼 온갖 언어의 편리한 기능을 한곳에 뭉쳐 사람들의 호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또한 Mantle이라는 OpenGL을 대체할 새로운 그래픽 API도 발표했는데 하드웨어 접근 오버헤드를 줄여 같은 GPU로도 더 높은 성능을 낼 수 있게 하는 기반을 마련했다. OS 간섭을 최소화해 사용자 프로그램들이 하드웨어를 빠르게 접근할 수 있게 하는 흐름은 Microsoft의 게임 개발용 그래픽 라이브러리인 DirectX 12의 개발 방향과도 일맥상통하며, 궁극적으로는 내 박사연구에서 하는 일과도 닿아있다.

국내 IT 업계에서의 빅 이슈는 다음과 카카오의 인수합병과 텔레그램 메신저의 부상이었다. 겉으로는 다음이 카카오를 인수하는 것처럼 되어있지만 실제로는 카카오가 다음을 사는 것이나 다름없는 상황. 이로 인해 다음의 마이피플 메신저는 서비스를 종료하게 되었고, 카카오를 중심으로 회사 조직구조가 개편되고 있다고 한다. 텔레그램 메신저카카오톡 사찰 논란으로 인해 종단간 암호화(end-to-end encryption)가 주목받으면서 인기를 끌기 시작한 러시아인 개발자의 메신저 앱으로, 다음카카오는 공식적으로 무분별한 검찰수사요청에 응답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세우며 카카오톡에도 종단간 암호화를 적용한 비밀대화 기능을 선보였다.

기후 변화

기후 변화에 의한 극단적인 기상현상 역시 점점 심해진 한 해였다. 특히 내게 피부로 와닿았던 것은 6월 12일 단 2시간 동안 내린 국지성 집중호우(시간당 50mm 이상)로 학교 곳곳(특히 동측식당)이 물바다가 되었던 일과 11월 31일까지 따뜻하다가 12월 1일이 되자마자 찾아온 강추위와 폭설이었다. 특히 12월 강추위는 작년에 훈련소 다녀온 것을 천만다행으로 여기게 만들 정도였고, 하루는 퇴근하다가 빙판길 때문에 대덕대교 위에서 5중 추돌 사고가 난 것을 보기도 했다.

2015년을 맞이하며

이렇게 많은 일들을 뒤로 하고 새해가 밝은지 벌써 열흘 가까이 지났다. 새해 첫날부터 학교 후배이자 성가대 친구인 정훈이의 아버님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접하고 장례식장에 다녀왔는데, 항상 생명은 하느님께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겸허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다시금 곱씹게 해주었다. 올해부터는 본격적으로 박사과정 졸업을 위한 계획을 준비·가동하고, 조급한 마음으로 대했던 일들을 여유롭게 대하는 자세를 가져보려 한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평소에 열심히 해놔야겠지만. 여름에 태어날 쌍둥이 조카와의 삶이 어떻게 될지 기대도 되고, 여자친구와도 좀더 재미난 일들을 많이 함께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1. 뭔가 멋있어(?) 보이는 영어이름이지만 사실은 그냥 한글 단어 '오락'을 영어로 음차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