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E6600 듀얼코어 프로세서 기반의 데스크탑을 구입하면서 졸업할 때까지 쓰고 대학원 갈 때 한번쯤 더 업글해야겠다는 잠정적인 계획을 세우고 있었는데 오늘 드디어 그것이 실현되었다. 이번에 구입한 것은 i7 860 (2.8GHz) CPU와 해당하는 LGA1156 소켓 P55 칩셋 메인보드이고 무엇보다 가장 큰 지름은 256G SSD였다. 원래는 SSD를 60~80G 정도 짜리를 사서 운영체제와 프로그램만 올릴 생각이었는데, 학내 커뮤니티인 아라에 시가 80만원짜리 삼성 신제품 SSD를 50만원에 내놓은 매물이 있어 덥썩 물었다;;; (판매자 만나서 물어보니 경품으로 받았는데 쓸 일이 없단다-_-; SSD 받아서 확인해보니 실제로 사용시간 제로. +_+)

Windows 7 on i7 + SSD

아름다운 쿼드코어 + 하이퍼쓰레딩 + SSD. 9800GTX+가 가장 낮은 점수가 나올 줄이야;

CPU와 SSD를 크게 지를 수 있었던 것은 그래픽카드와 하드디스크, 모니터, 키보드, 마우스 등을 예전 껄 그대로 쓰게 되었기 때문이다. 예전 데스크탑의 경우 메인보드에 내장그래픽이 없기 때문에 4만원 정도 하는 저가형 그래픽카드를 하나 사다 꽂아놓았고 잘 돌아가는 것까지 확인한 후 잠재워둔 상태. 이번 지름의 총합은 약 130만원 정도. 초등학교 때 펜티엄1 150MHz + RAM 32MB 짜리 삼성컴퓨터를 274만원 정도 주고 샀던 걸 기억하면 엄청난 발전이다.

내가 쓰는 프로그램 중 가장 고사양을 요구하는 슈프림커맨더를 돌려보았는데, 예전보다 확실히 부드럽게 돌아갔다. 하지만 CPU를 다 못 쓰고 4개의 코어 중 2개에서만 50~60% 정도를 왔다갔다하는 걸 볼 수 있었다. 슈프림커맨더가 멀티코어에 최적화되었다고는 하지만 i7의 모든 성능을 끌어낼 만큼 concurrency가 높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역시 parallel programming은 어렵다) i7 오버클럭에 GTX280을 붙여도 풀옵 풀해상도에서 40프레임을 넘지 않는다고 하니 슈프림커맨더를 지금의 스타크래프트 돌리듯 가지고 놀려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모두 많이 발전해야 할 것 같다.

SSD의 성능이 특히 발군이었는데, 어지간한 프로그램은 아이콘을 누른 마우스 버튼에서 손을 미처 떼기도 전에 로딩이 끝나버리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MS Office, Visual Studio 등) 디스크에서 읽는 것보다 CPU를 더 많이 쓰는 프로그램들은 상대적으로 차이가 크지 않았는데, 이는 역시 컴퓨터 성능의 병목지점은 바로 디스크 I/O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아무튼, 이런 쌔끈한 컴퓨터에 설치한 운영체제는 Windows 7. 아직 소매용으로는 공식 출시되지 않았지만 학교에서 곧 Enterprise 라이선스가 나올 것이기도 하고 이미 정품과 동일한 이미지 자체는 많이 돌아다니고 있기에 한 후배를 통해 부팅 가능한 USB를 만드는 방식으로 설치하였다. 윈도 자체 설치에 불과 20분도 안 걸렸다. (아직 인증하지 않은 상태로 사용 중)

Vista 64bit 버전을 2년 가까이 써왔던 사람으로서, Windows 7 64bit 버전은 정말 놀라우리만큼 많은 최적화가 이루어졌음을 바로 체감할 수 있었다. 컴퓨터 사양이 좋아진 것도 있지만 업글 직전 5일 정도 이미 세븐을 기존 데스크탑에서 돌려봤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말이다. 특히 3D 에어로 효과를 관장하는 Desktop Window Manager의 최적화가 많이 이루어져 UI 반응 속도도 빨라지고 DWM 자체가 소모하는 메모리나 CPU가 매우 줄어든 것을 관찰할 수 있었다. (심지어 게임을 실행할 때도 에어로가 꺼지지 않는다!)

속도나 성능 최적화 외에 기술적인 면에서 큰 변화는 없지만, 사람들은 Vista와 UI가 거의 똑같은 것 아니냐고 하는데 나는 Windows 7의 진정한 변화는 바로 UI에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 중에서도 가장 맘에 드는 것은 ‘라이브러리’의 도입이다.

Windows 7 Libraries

윈도7의 라이브러리 기능

Vista에서 ‘내 문서’ 폴더를 임의의 다른 디스크에 두려고 하다가 꼬이는 바람에 탐색기의 사이드바 즐겨찾기에 ‘내 문서’ 폴더가 2개나 생겨서 없애지도 못하고 불편했는데, 이번에는 개념 자체를 바꿔서 시스템이 사용자 디렉토리에 제공하는 기본 디렉토리들은 그대로 두고 ‘라이브러리’라는 개념을 도입해서 자기가 원하는 대로 다른 디렉토리를 해당 라이브러리에 추가하여 쓸 수 있게 하였다. 윈도 사용자 대부분이 운영체제/프로그램 설치용 파티션과 자신의 개인 데이터용 파티션을 구분해 사용하는 패턴을 드디어 UI에 제대로 반영했다고 볼 수 있다.

이 외에도 새로운 API를 추가함으로써 작업표시줄의 아이콘에 진행상황을 초록색 배경색이 점점 차오르는 식으로 표현할 수 있게 되었다든지 하는 세세하지만 user experience 측면에서는 상당히 중요한 개선 사항들이 있었다.

학교의 Windows 7 정식 라이선스가 제발 빨리 나오고 DreamSpark에도 제발 빨리 등록해주길 바라며, 세상은 그래도(?) 조금씩 발전하고 있구나-라는 느낌과 함께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