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breakin Thing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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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ed under 살아가기, 생각하기

혹시 이 블로그를 자주 보던 분들 중에 ‘이성’이라는 제목을 보고 理性을 생각했다면 이번엔 예상이 틀렸다. 이번 글의 주제는 異性–내가 남자인 고로 여성–이다.

주변의 가까운 사람들을 잘 알겠지만, 아직까지 나는 그냥 알고 지내는 여성 친구들은 있었어도 ‘여자친구’ 또는 ‘애인’이라 할 만한 사이의 관계를 가져본 적은 없다. 초등학교 때 한 번 정도 그렇게 가까이 지내본 여자친구가 있었지만 그땐 사랑이니 연애니 하는 건 생각조차 못할 때였으니 넘어가자.

한때는 내 자신의 생활이 너무 바쁜 나머지, ‘내가 과연 좋아하는 사람을 만난다고 해도 내가 정말 내 시간을 사랑하는 만큼 써줄 수 있을까’ 하는 회의감에 사로잡혀 있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졸업할 때가 되어 당장의 학업보다 나 자신에 대해 좀더 많은 생각을 할 기회가 있었고, 주변의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면서 같은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과의 인간 관계만 경험해봤던 내가 더욱더 성숙하고 (평소 원하던 대로) 사람에 대해 더 잘 알기 위해선 연애라는 복잡미묘한 인간관계를 경험해봐야 한다는 결론에 다다랐기 때문이다.

뭐, 말은 거창하게 했는데 한 마디로 말하면 ‘나도 연애 좀 해보고 싶다’… 정도랄까? ㅋㅋㅋ

어떤 사람들은(특히 가까운 선배님들) 연애 꼭 해봐야 한다면서, 가만히 기다린다고 절대 찾아오지 않는다고 강력히 역설한다. 또 어떤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찾아오는 상황에 따라 자연스럽게 만나게 되어 있다고도 말한다. 하지만 적어도 대전의 카이스트, 그것도 전산과라는 환경에서 “평소에 자연스럽게” 이성과 가까워질 수 있는 기회란 거의 없기 때문에 일부러 찾아다녀야 하는 노력은 좀 필요할 것 같다. 다만 내가 평소에 너무 진지하게 이야기하는 스타일이라, 그런 스타일을 받아주거나 나를 중화시켜 줄 수 있는 여자를 만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연애할 때 ‘상대방을 고치려들면 안 된다’라든지, ‘데이트 코스는 남자가 미리 잘 계획을 짜두는 것이 좋다’라든지, ‘이야기의 주제보다 재밌었다고 기억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라든지 하는 연애 수칙들은 많이 들어봤지만, 유경험자(…)들의 공통적인 최고의 답변은 직접 해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T_T

그나마 다행인 건, 내가 여자들한테 말 걸거나 함께 있는 것을 특별히 쑥스러워한다거나 하지는 않는다는 점인데, 뭐 이것도 내가 진짜 맘에 들어 고백하고 싶은 여성을 만난다면 어찌 될른지는…;

어디 좋은 여성분 없나요? ㅎㅎ

* * *

여기부턴 조금 다른 관점에서의 이성 이야기다.

아무래도 카이스트와 같은 환경에 있다보니, 남자들끼리만 식사 모임이나 술자리를 갖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안 사실은 내가 어떤 면에서는 굉장히(너무?) 순수하게 살아왔다는 점이다. (혹시 이 글을 읽는 여성 독자분들이 있다면 거슬리는 내용일지도 모르겠지만 솔직하게 쓰기 위한 것이니 양해해주기 바란다.)

아니, 야동(야한 동영상)을 안 보는 것이 그렇게 특별한 일이었나? …

어떤 후배는 농담(?)으로 ‘그래서 형이 슈퍼개발자가 된 거에요’라고도 하던데, 나는 남자들이 그렇게 자연스럽게 야동을 많이 보는 줄은 정말 몰랐다. 학교뿐만 아니라 다른 외부 사람들과의 모임에서도 이런 이야기를 하다가 비슷하게 내가 별종이라는 반응이 나왔던 것 같다.

사람이기에, 동물이기에 가지는 당연한 성욕. 이거 나도 없을 리 없다. 사회적 관습과 문화적 틀 때문에 표현을 잘 안해온 것도 있지만, 내 개인 일상사나 다른 고민하기에도 충분히 바빠 별로 신경쓰지 않았을 뿐이다. 아름다운 여성을 보면 끌리는 마음이 생기고, 말 걸어본다거나 손이라도 잡아보고 싶고, 뭐 좀더 나간다면(…) 육체적으로 교감해보고 싶고… 남자라면 누구나 당연한 것 아닐까? 물론 아름다움의 기준이나 다른 사람에게 이를 표현하는 정도는 다르겠지만. (어떤 친구는 ‘꿀벅지’라는 말을 써가며 노골적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그리고 아마도, 여성 쪽에서도 자기가 마음에 드는 남자가 있다면 비슷한 느낌을 가질지도 모르겠다. 물론 내가 여자가 아니기에 남자와는 어떤 면에서 비슷하고 어떤 면에서 다르게 느낄지는 모르겠지만.

물론 실제로 성관계를 갖기까지는 문화적 여건에 따라 굉장히 다른 과정을 거친다. 내가 스웨덴 있을 적에 일본 여학생과 연애 중이던 스웨덴 남학생을 만난 적이 있는데, 상대 여자가 맘에 들면 그날밤 바로 섹스해보는 게 뭐가 이상하냐고 나한테 되려 반문하기도 했었다. “why not?”이란 말이 그때 각인되었던 것 같다. 상대적으로 동아시아 문화권에서는 좀더 서로를 잘 알게 된 다음에(혹은 신뢰하게 된 다음에) 성관계를 갖는 것 같고, 서양 문화권에서는 보다 직접적으로 표현이 이루어지는 것 같다. (물론 이건 일반적으로 그렇다는 것이지 언제나 예외는 있게 마련.) 하지만 사회적 맥락에서는 굉장히 다른 것 같으면서도 기본적으로 사람이기 때문에 결국 똑같은 면도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이런 생각도 해봤다. 성욕이라는 게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는 자연스러운 욕구라면, 왜 여러 문화에서 이를 금기시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대중가요에서 가장 많이 다루는 주제가 사랑이지만, 왜 섹스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는가? 2차 성징이 일어나는 사춘기에 왜 우리는 섹스나 성에 대해서 바로 직시하지 못하게 하는가? 왜 성은 ‘음란’하게 다루어져야 하는가?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종류의 쾌락임과 동시에 생명을 잉태할 수 있는 모든 생물의 가장 근원적이고 기본적인 능력을 왜 공공연히 드러내지 않는가? 뭐 이에 대한 반론은 무지하게 많을 것임을 나도 잘 알지만, 성이라는 주제를 자꾸 음지로 묻어두는 진짜 이유를 잘 모르겠다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나는 굉장히 모범생 같은 삶을 살아왔다. 나는 정말 제대로 된 사회라면, 아무리 범생이(…)로 살았다고 해도 성에 대해서 알 건 다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본인 스스로 관심을 갖기 전까지는 누구도 알려주지 않는다. (중고등학교 때 학교에서 성교육이라는 걸 하면서 성기의 해부학적 구조에 대해 가르쳐준 적은 있지만, 콘돔 사용법이나 실제 섹스를 어떤 과정을 거쳐 하게 되는지는 전혀 알려주지 않았다. 결국 대부분의 경우 야동과 같은 비공식적 매체를 통해 접하게 되는 것 같다.) 자신이 책임질 수 없는 생명을 잉태하는 것이 죄악이라는 전제에 동의한다면, 그리고 성욕이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 중에 하나라는 걸 인정한다면 오히려 그 실체를 적극적으로 알게 해야 되지 않을까?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