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breakin Thing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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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ed under 살아가기, 생각하기

아랫글에도 언급하였지만, 국회의원들의 법안 제안 등이 실제 기술의 발전 속도를 따라가고 있지 못하다는 얘기를 했었다. 촛불집회를 보는 주요 언론, 경찰과 검찰의 시각을 보자니 역시 마찬가지라는 생각이다.

집회 과정에서 민주노총이라든지 몇몇 시민단체들의 도움이나 참여가 있기는 했어도, 그들 자신이 조직적으로 집회를 열었다기보다는 중고생과 20대·30대 사람들 사이의 소셜네트워크를 통한 자체 확대재생산으로 이렇게 많은 ‘보통’ 사람들이 참여하게 된 것임을 왜 모를까. 여기에다 마치 배후 조직을 밝히려는 듯1 ‘엄정한 수사를 하겠다’라는 말을 붙이는 것 자체가 이미 구시대적 발생이라는 생각이 든다. 집회 참가자의 대부분은 스스로 접한 정보를 통해 스스로의 판단에 의해 나선 것이지 누군가가 부추겼다고 보기는 힘들다. 물론 시민단체 웹사이트나 몇몇 개인 웹사이트를 통해 참여를 호소하는 곳들이 있긴 하지만 단체로 동원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다른 목적으로 집회를 하던 단체들이 합류한 것은 다른 문제로 봐야 할 것이고.

어쨌거나 저쨌거나 불법 집회였으므로 경찰이나 검찰 입장에서는 단속을 할 수 밖에 없는 입장이기는 하지만, 정부가 좀더 융통성이 있고 우리 젊은 세대가 어떤 식으로 사람들과 소통해나가는지 제대로 이해하고 있다면 그렇게는 대응하지 않으리라 본다. 문제의 본질은 촛불집회 참가자들이 법을 어겼다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정부가 그동안 보여준 ‘only my way’의 소통 단절에 있는 것이다.

다들 알다시피 나는 현재 스웨덴에 있고, 따라서 한국의 TV 방송이나 신문은 거의 보기 힘든 상황이다. 주로 한국에 대한 정보는 포털(네이버 및 다음)의 인터넷 뉴스와 수백 개에 이르는 각종 구독 블로그를 통해 얻는데, 주요 언론이 이 사건에 대해 자세히 보도하지 않는다 하더라도(정부의 압력이든 자기 이익 때문이든 뭐든 간에) 이미 언론을 통해 여과되지 않은 날 정보를 그대로 얻을 수 있다.2 사람들은 노트북과 웹카메라를 들고 나와 무선인터넷으로 실시간 중계를 하고,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어 블로그에 실시간 전송하는데 이미 이것을 본 사람들은 다들 ‘나도 나가야 되지 않겠나’라는 생각을 한번쯤은 해봤을 것이다.

사실 한국에 있는 내 부모님은 어떤지 모르겠다. 아버지가 인터넷을 조금 하시긴 하지만 메일 확인이나 이 블로그 구독(!) 정도만 하시고 열성적으로 쓰시는 분은 아니고, 어머니는 컴퓨터를 거의 못 다루시기 때문에 아마 주로 주요 언론매체나 주변 사람들의 입소문 등을 통해서 정보를 접하고 계실 것이다. 내 짐작으로는 아마 내가 보고 듣고 접한 정보와 매우 다른 관점의 정보를 접하리라 생각한다.

인터넷을 통해 정보가 확대 재생산되면서 과장이 덧붙여지는 경우도 많다. 현재까지 제기된 여러 가지 의혹들 중 시위 현장의 핸드폰 신호를 차단했다든가 CCTV를 모두 껐다든가 하는 등의 이야기는 현장 증언이라는 제목으로 들려오긴 하지만 진위 여부를 확인하기는 힘든 부분이다. 그래서 나도 인터넷을 통해 접한 정보라고 무조건 신뢰하지는 않는다. 일단 개인의 해석이나 의견이라고 생각되는 부분은 빼두고 사실 그 자체를 바라보고 내 생각이 무엇인지 따지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하지만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사진과 동영상들은 이미 참고 참던 사람들의 호소가 결국 분노로 폭발했고 정부가 그것을 어떻게든 억누르려 하고 있다는 것을 아무런 여과 없이 보여주고 있다. (일부 동영상이 이번 집회에서 찍힌 것이 아닌 예전에 있었던 집회 진압 장면을 찍은 것이라고 하는데 물론 그런 허위 정보는 빼고 생각하더라도 말이다.)

이미 내가 형성하고 있는 소셜네트워크 상의 사람들이 주는 정보가 언론 매체가 주는 정보보다 신뢰 가치가 높기 때문에 언론에서 떠드는 것보다는 이 사람들이 전달해주는 것에 더 믿음이 가는 것은 사실이다. 왜냐하면 그동안 블로그를 꾸준히 읽으면서 이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므로 그 개인의 의견을 배제하는 것도 보다 쉽고 또 보통 믿을 만한 사람들 것만을 선별해서 읽기 때문이다. 인터넷 포털 뉴스라고 해도 기사 자체에 오류가 있는 경우를 너무나 많이 봐왔기 때문에3 별로 신뢰가 가지 않는다.

아직 블로그가 일반인들에게 널리 전파되지는 않았지만, 꼭 블로그의 형태가 아니더라도 핸드폰과 각종 UCC 웹사이트 등을 통해 유통되는 정보가 현재의 10대·20대들에겐 주요 언론매체보다 더 신뢰할 수 있고 영향력있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정부 당국자들은 이런 문화적 변화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끝으로 정부 당국자나 이명박(-_-)이 이런 글들 좀 읽어봤으면 해서 링크.


  1. 시위 진행 과정에서 계속 청계광장 등에 남아서 시위를 하자고 한 사람들과 청와대로 진격하자고 주장·동조했던 사람들 사이의 의견 대립이 있었다고 한다. 이런 것을 두고 억지 해석을 하자면 배후의 선동 세력이 있었다고 표현할 수도 있겠으나 거꾸로 생각하면 집회에 참가했던 사람들 대부분 문제를 일으키고 싶지 않아했던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멀쩡히 있던 사람들이 왜 거기에 따랐는가를 먼저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시위나 집회라는 것 자체가 자기의 이익을 관철하기 위해 하는 것이고, 다만 이번의 경우 새 정부에 대한 총체적 불신과 먹거리 안전 문제와 각종 정책에 대한 불만 등이 공통적으로 일반 국민들 사이에 나타나면서 극대화되는 양상을 띠고 있을 뿐이다. 사실 시위 나온 사람들 중에도 한나라당과 이명박을 찍었으나 후회하는 사람, 민주노총/민노당과 같은 단체가 끼어드는 걸 원치 않는 사람들이 있었다고 하니 어느 한 집단의 조직적 배후 조종이라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런 집단들에 의해 시위가 더 격화되었다고 해도, 결국 그 인원을 구성하는 것은 일반 시민들이고 각자의 생각에 따라 행동한 것이다. 단지 이번 사안의 경우 그러한 소위 좌파 단체 들이 주장하던 바와 그냥 일반 시민들이 불만을 가지고 있었던 부분이 일치함으로써 결과론적으로 그렇게 보이는 게 아닐까. 이념과 색깔론만 따져서 무엇하리요. 

  2. 만약 정부가 정말로 언론 검열, 매체 단속을 해서 인터넷을 차단하는 극악의 수를 둔다 하더라도–설마 경제를 살리자는 대통령이 대한민국의 인터넷 전체를 차단하리라곤 생각하지 않는다만–이미 인터넷 서비스의 사용 범위는 전세계적이다. 유투브와 플리커 등이 한국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그들의 서버는 해외에 있고 본사 법인도 해외에 있다. 하다못해 내가 그 정보를 퍼날라서 스웨덴 사람들이 쓰는 어떤 서비스에 올린다고 해도 이미 막을 방법이 없다. 중국 정부의 강력한 인터넷 검열도 해외에 나와 살고 있는 화교 네트워크까지 막을 수는 없는 법이다. 또한 나처럼 별도의 개인 서버를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경우는 특정 서비스에 종속되지 않으므로 게시 중단 요청을 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서버호스팅 업체에 압력을 넣어서 IDC 차원에서 차단하면 모를까, 이게 법적으로 가능한 건가? 만약 그렇게 해도 간단히 외국 호스팅 업체로 옮기면 된다. 사실 외국 호스팅업체가 국내에서 속도가 살짝 느려서 그렇지 더 저렴하고 기술력 좋은 곳 많다.) 

  3. 요즘은 네티즌들도 똑똑해져서 ‘어디에서 나온 자료에 따르면’, ‘어디에서 보도한 바에 따르면’과 같은 문구를 다 추적해서 원본문서를 찾아내고 번역 기사라면 어디가 틀렸는지, 어떤 점이 왜곡되었는지 다 지적해낼 정도다. 가끔가다 보면 정말 기사거리도 아닌 것을 엄청난 기사인 것처럼 포장하는 경우도 있고, 특히 과학 기사의 경우는 정말 오류투성이다. 그나마 요즘은 조금 나아진 것 같지만 심지어 단위조차 제대로 못 쓰는 경우가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