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살다보면 무언가 내재된 화를 가진 사람을 만나는 경우가 있다. 이성적으로는 그렇게 하면 안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상대방이 자기를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더 개선하고자 하는 것임을 알고 있으면서도 순간적으로 폭발하여 차마 해서는 안 될 말을 내뱉고 다른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는 것 말이다.

특히 이런 것은 어떤 직업적인 인간 관계보다는 가족 관계에서 나타나기 쉬운데, 이것은 상대방을 서로 알아가는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깊고 미묘한 의사소통과 감정 교류가 필요 없었기 때문에, 혹은 그것이 이미 너무 오래 전의 일이기 때문에 그만큼 표현하고 싶은 대로 표현하는 것에 마음의 거리낌이 없기 때문이다.

내가 보기에 그러한 표면적 현상 이면에는 본인도 미처 알아채지 못하는 어떤 근원적인 두려움이 있는 것 같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를 거치면서 각 단계에서만 겪을 수 있는 다양한 인간 관계들이 있는데 자의든 타의든 그러한 경험의 기회를 갖지 못했거나 아니면 전 세대로부터 물려받은 legacy 때문에,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고 또한 그렇게 표현함으로써 더 큰 이익을 얻을 수 있음을 모르거나 이성적으로는 알더라도 제어가 되지 않는 것이다. 서로에게 투명한 상호교감이 없으면 사람은 자신의 감정 상태에 사로잡히게 되고 그 내재적 두려움이 겉으로는 화로 분출되는 것이다.

사람이기에 항상 완벽하게 투명할 수는 없고, 또한 완벽하게 상대방과 동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불협화음이 발생할 때 이것을 제때 제때 해소해야지, 쌓아두었다가 한꺼번에 폭발시켜버리면 상처만 남을 뿐 근본적인 해결에 다다를 수 없다. 그리고 모두 드러내야 할 필요는 없지만 자신의 감정이나 의견을 정확하고 분명하게 표현해야만, 그것이 순간적으로는 손해처럼 보이더라도, 장기적으로는 더 큰 신뢰를 얻을 수 있다. 원인을 상대방이나 자신에게서 찾지 않고 탓하지 않으며 외부 사물에서 찾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사람을 차별하고 싶지는 않지만, 제대로 된 가정교육을 받은 사람과의 교류를 부모님들이 선호하는 이유도 아마 이런 것 때문이 아닐까 싶다. 아니면 아예 처음부터 현장에서 뛰면서 많은 사람들을 겪었던 사람이거나. 문제는 자기가 비록 그런 못난 면이 있더라도, 다음 세대에서는 이것이 더 나아져야 하고 또한 나아지도록 노력해야 하는데 안타깝게도 그러한 필요성 자체를 인식하지 못하거나 방법을 모르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그나마 유년기의 교육을 통해서 이런 부분이 극복되어야 하는데 그런 기회를 갖지 못한다면 심각한 문제다. (그래서 나는 학교라는 시스템이 획일화시키는 측면이 있을지언정 최소한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한국의 전통적인 유교 질서에서 윗세대가 아랫세대에 대해 삶의 경험에 의한 노하우와 가치를 전수하는 의무를 빼먹고 효에 대한 권리만 강조하게 되면 더욱 힘들어진다. 물론 아랫세대 또한 그러한 경험을 나누어줌에 감사하고 그에 걸맞는 예를 갖춰야 하겠지만, 이것이 상호교감을 통해 우러나오는 것이어야지 감정이 사라진 의무에 의한 것이라면 그것을 받는 쪽조차 별로 얻는 것이 없다.

‘요즘 젊은 것들도 고생 좀 해봐야 해’라는 말도, 반드시 해야 할 경험을 해봐야 한다는 관점에서는 옳은 말이지만, 단순히 자기가 고생해봤기 때문에 너희도 고생해야 한다는 식이어서는 곤란하다. 인류가 발전해온 원동력은 문자와 언어에 의한 학습을 통해 앞선 세대의 경험을 바탕으로 더 나은 일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불필요한 삽질은 하지 않는 것이 개인에게도, 인류 전체로 봐서도 더 좋다.

나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싶다. 이미 그렇게 고정되어버린 사람들이라도, 음악이라든지 종교의 힘에 의해서라든지 주변 사람들의 노력이라든지 하는 영적 치유를 통해서 (완전히 바뀌지는 않더라도) 주변 사람들에게 보다 긍정적인 에너지를 발산할 수 있도록 조금씩이나마 변화시킬 수는 있지 않을까. 서로에 대한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불필요한 상상과 그로 인해 유대가 사라지고 권리와 의무만이 남은 상황에서 탈피할 수는 없는 것일까.

나는 그런 사람들이 ‘나쁘다’ 혹은 ‘덜떨어졌다’ 같이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삶의 과정에서 습득해야 할 것을 주변 환경에 의해 습득하지 못한 것 뿐이다. 그런 사람들을 미워하거나 내버려둬서는 서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긍정적인 에너지로 동화시켜나갈 수 있다면 우리네 삶이 더욱 아름답게 가꿔지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