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1. 15
KTH Hallen

오늘 아침엔 캠퍼스 투어가 있었다. 역시 그동안 한국에서 맨날 새벽 5시에 자는 생활을 계속했더니 여기서는 아침 7시에 잠이 딱 깨는 아주 바람직한(?) 생활리듬이 되었다.;;; 여유롭게(?) 샤워하고 아침은 전날 기숙사 앞 가게에서 사다둔 시리얼과 우유로 일단 간단하게 해결했다.

잠자리에 관해 언급하고 넘어가자면, 침대 자체는 뭐 그냥저냥 쓸 만 했으나, 방에 있는 난방기가 창가에 있는 라디에이터 하나 뿐인 데다 1인실 치고는 방 크기가 좀 커서 방이 그다지 따뜻하지는 않았다. 뭐 보온성이 좋은 이불을 가져온 덕분에 이불을 꼭 덮고 자서 춥게 자지는 않았지만, 역시 한국의 온돌이 정말 대단한 발명품이라는 생각을 안 할 수가 없었다;;

어쨌든 내가 속한 그룹의 캠퍼스 투어는 KTH Hallen에서 처음 시작했다. 학교 안으로 꽤 깊숙히 들어가야 있는 건물인데, ‘hall’이 들어간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큼직한 내부 공간이 있는, 알고보니 체육관 건물이었다. 난 여기가 그냥 일종의 약속 장소인 줄 알았는데, 어느 정도 학생들이 모여들자 갑자기 신발을 벗으라더니 아래층의 에어로빅 연습장 같은 곳으로 데려간다; 권투 글러브와 패드를 잔뜩 가지고 오더니 하나씩 끼어서 짝지으라고 하곤 음악을 틀어주면서 복싱 비스무리(?)한 것을 시키더니 한 30분 동안을 계속 운동시켰다;;; 그러고 나서야 하는 얘기가 체육관에서 이러저러한 프로그램들이 있으니 많이 이용하라는 거였다; 그러니까 그 자체가 일종의 소개 코스였던 셈.

체육관 자체는 매우 인상적이었다. 남녀 탈의실 및 샤워실이 갖춰져 있고 깔끔하고 잘 정비되어 있는 각종 운동기구들, 내가 여태껏 가본 그 어떤 헬스장보다 훌륭한 시설을 갖춘 웨이트 트레이닝 기구들이 있었다. 그리고 이것을 감싸는 체육관 건물 자체도 철근과 목재를 이용한 것으로 복잡하거나 화려하지 않으면서도 깔끔하고 실용적인 멋을 추구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 다음엔 다시 두 그룹으로 나누어 학교 안을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여기가 뭐하는 곳인지 등을 알려주었다. 이게 건물들 생김새가 다 비슷비슷한데다가 한국처럼 간판을 눈에 띄게 붙여놓질 않기 때문에 겉으로만 봐서는 도대체 무얼 하는 건물인지 알기가 힘들다. 학용품을 살 수 있는 곳이라든가 학교 내의 레스토랑, 우체국 등의 위치를 알 수 있었다.

투어를 마치고 삼삼오오 각자 갈 길을 가는 가운데 나는 인도네시아에서 온 Alfredo, 중국에서 온 장천(중국식 발음으로 굴려서), 중국인이지만 싱가포르에서 온 Steve(이제 원래 이름 알려주기를 포기한 듯-_-)와 함께 아까 소개받은 레스토랑에서 점심을 먹었다. 62:-짜리를 사먹었는데 한국에 비해 물가(?)가 좀 비싸긴 해도 샐러드바 개념이 있는 곳이라 야채, 커피, 쿠키 등을 맘대로 가져다 먹을 수 있어서 좋았다. 다만 문제는 스웨덴 사람들이 영어로 말을 걸면 말은 통해도 메뉴판을 죄다 스웨덴어로 적어놔서 음식이 나오기 전엔 무슨 음식인지 알 수 없다는 거;; (물론 직접 물어볼 수도 있지만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있으니…)

Meeting with International Coordinator

오후 2시부터는 담당 coordinator와의 미팅이 있었다. 그동안 계속 메일로 연락을 주고받았던 Torkel Werge를 드디어(-_-) 직접 볼 수 있었다. 상상 속의 이미지와는 좀 달랐지만 꽤나 인상적인 외모를 가지고 있다. (이걸 말로 어찌 표현해야 할 지…) 꽤나 많은 학생들이 왔지만 일찍 도착한 덕분에 따로 인사 나누고 악수까지 할 수 있었다.; 뭐 수강신청이나 학교 생활에 관한 간단한 오리엔테이션을 했는데 생각보다(?) 중요한 내용들이 많이 나오진 않았다. 나한테 중요한 내용이라면 수강신청시 시간표가 겹치지 않는지 꼭 확인해보라는 것과 Information Technology 쪽 과목들은 Kista[footnote]영어로는 ‘키스타’라고 읽지만 스웨덴어로는 ‘치스타’에 더 가깝게 발음하는 듯.[/footnote]라는 한 시간쯤 떨어진 다른 캠퍼스에서 열리니 Computer Science 쪽 학생들은 강의 장소를 꼭 확인해보고 가급적 한쪽 캠퍼스에 집중되게 신청하라는 것 정도. (두 과가 서로 다른 과이지만 수강신청하다보면 서로 엇갈려 신청하게 될 수 있단 얘기다.)

사실 미팅보다 더 인상깊었던 것은 학교 캠퍼스 건물. 우리나라로 치자면 큰 빌딩의 로비 층 정도에서나 쓸 법한 층고를 아주 당연하다는 듯 대부분의 건물(기숙사는 낮은 편이지만 한국보다는 높다)에서 쓰고 있다. 그리고 방들도 다 큼직큼직한 게 스웨덴 사람들이 원래 몸집이 커서 그런지는 몰라도 건물 스케일 자체가 굉장히 크다. 건물들은 아마도 20세기 초에 지어진 것 같지만 계속 보수도 하고 그 자체를 깔끔하게 써서인지 겉은 낡아보여도 속은 새 건물 같았다. 또 옛날에 만들어진 구조 중에서 불편한 부분들은 현대적으로 다시 리모델링해서 쓰고 있기도 하고(가운데 천장이 뻥 뚫려있는 돌림 계단의 윗부분을 유리로 막고 아래 공간을 로비로 사용한다거나), 그저 단순한 중세~근대 사이쯤의 건물 같으면서도 곳곳에 현대적인 인테리어가 녹아들어 있었다.

Lappis의 부엌

어제 공동 부엌에서 같은 층에 사는 이탈리아 남자를 만났었다고 했는데, 오늘 저녁 때는 다른 사람들도 볼 수 있었다. 쌀을 못 구해서 결국 앞 가게에서 빵과 잼을 사다가 간단하게 먹었는데(나중에 물어보니 쌀을 팔긴 판다고 함), 타이완에 산다는 여학생(…이름 까먹었다 OTL)한테 간단하게 부엌 사용법을 듣고 다시 다른 백인 여자분(이름은 밀레나, 스톡홀름 대학에서 human resource management의 master degree 2년차라고 하는데 나이가 좀 있어보였다. 그리고 이로 인해 이 기숙사를 KTH만 쓰는 것이 아님을 알았다.)한테 좀더 깐깐(…)하고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어째 이거 전공 티가 나는데…) 아직 새로 입주할 사람들이 다 안 들어와서 못하고 있지만 몇 명 더 오고 학기가 시작되면 welcome party를 하게 될 거라고 했다.

부엌에는 공용으로 아무나 사용할 수 있는 조리 도구, 청소 도구 및 식기 등이 있고 각 방마다 별도로 배정된 식료품 저장 공간이 있다. (냉동실 한 칸, 냉장실 한 칸, 찬장 한 열. 찬장은 방과 동일한 열쇠로 잠글 수 있다.) 복도에 있는 캐비넷에는 복도나 자기 방을 청소하는 데 쓸 수 있는 청소 도구가 비치되어 있다. 다른 층이나 다른 기숙사도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여기서는 Kitchen Guard라는 제도가 있어서 일주일마다 한 사람씩 돌아가면서 부엌의 청결과 공용 공간(복도 등) 청소를 담당한다. 일종의 청소 당번이라고 보면 되겠다. (이곳 기숙사는 외부인의 출입이 상당히 엄격하게 통제되어 있어서 내부를 거의 학생들이 관리하는 것 같다. 방에 들어가려면 건물 출입구의 전자키, 층별 비밀번호, 각 방별 열쇠까지 3단계를 거쳐야 한다.) 다행히 나는 순서가 한참 뒤라서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하는지 보고 따라하면 될 거라고 설명해주었다;

매달 1일에는 TV 위에 있는 작은 저금통에 각자 10:-씩을 넣고 그 돈으로 필요한 공용 물품을 구입한다고 한다. (이를 담당하는 cashier는 따로 있는 듯.) 매주 일요일에는 쓰레기통을 비운다거나 하는 일을 하게 되어 있고, 만약 이를 잘 수행하지 않으면 kitchen guard를 일주일 더 해야 한다고 한다.

두 사람하고 이런저런 얘기를 했는데, 원래 다들 요리에 서툴다면서 걱정하지 말고 맘껏(?) 해먹으라고 했다. 그 타이완 여학생은 곧 이탈리아로 가기 때문에 남은 식재료를 다 써야 한다며 이것저것 왕창 잡다하게 집어넣은 수프를 끓였고(김치를 매우 좋아한다고 해서 내가 싸온 김치를 한 번 맛보게 해줄까 생각 중. 내친 김에 김치찌개나 한 번 만들어볼까-_-), 밀레나는 라면은 아니지만 뭔가 건조된 형태의 면을 물에 넣고 전자렌지에 돌리고 있었다. 내가 설거지를 하고 나갈 때쯤 어제 만난 이탈리아 남학생이 왔는데 뭔가 끓이는 것까지밖에 못 보았다. (이제 이름을 알아들었으나.. 이번엔 기억이 안 난다. orz)

혹시나 해서, 밀레나한테 실수로 그릇 깨먹으면 어떻게 하냐고 물어보니 돈으로 물어낼 필요까지는 없다면서 근데 그릇 분리수거는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고 했다;

2006년 가을에 여기로 교환학생을 왔었던 스팍스 선배인 미래 누나가 ‘유럽에서의 인간관계 중 90%는 부엌에서 이루어진다’라고 했던 말이 생각날 만큼, 부엌에서 서로 같이 음식을 해먹다보면 사람들하고 금방 친해질 것 같다.

ps. Lappis가 원래는 Lappkärrasberget의 준말(?)인데, 정확히 확인은 못해봤으나 Jian Hua의 말에 의하면 원래 뜻이 ‘과학자들의 언덕’이라고 한다.;

[NOTE] There were some mistakes of person names, and now corr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