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breakin Things

Posted
Filed under Life in Sweden
지난 일요일엔 Jiang과 함께 아시안 마트와 IKEA 매장에 다녀왔다. 아시안 마트를 찾으려고 스톡홀름 시내를 꽤나 한참 돌아다녔는데 알고보니 City Rally 시작한 자리 바로 뒷골목이었다. -_-; 덕분에 스톡홀름 시내가 어떻게 생겨먹었는지는 대충 알 수 있었다.

중국인 아줌마(?)가 운영하는 아시안 마트는 그리 크지는 않았지만 중국·한국·일본 음식들을 만드는 데 필요한 각종 소스나 면 등 기초 재료는 대충 다 가지고 있었다. 한국 음식으로는 역시 김치와 라면, 고추장을 빼놓을 수 없었고, 한국 것은 아니지만 두부도 있었다. 다만 가격이 문제였는데, 라면은 한국보다 2.5배 정도 비싸고 새우깡 등 과자류는 거의 3배 가까이 비싼 것 같다.; 고춧가루를 한국에서 사본 적이 없어서 잘은 모르겠지만 이것도 몇 배는 되는 가격일 듯. 기숙사 부엌에 ICA에서 파는 태국 간장이 있지만 색만 진하고 별로 짜지 않아서 한국 진간장 하나와 라면 세 개(집에서 가져온 건 컵라면이라 양이 작다), 두부, 부침가루를 샀다.

그런 다음 Skärholmen 역으로 이동, 지하철 입구 바로 앞에 있는 Lidl이라는 할인 매장도 구경했는데(Jiang은 여기서 먹을 거리를 좀 샀음) 한국의 이마트 비슷하게 기숙사 지역의 소매점인 ICA에 비해 월등히 싼 가격으로 팔고 있었다. 다만 이마트나 홈에버와 같이 다양한 종류의 상품을 한 매장에서 일괄적으로 다 보유하고 있지는 않고 여기는 주로 식품류만 전문적으로 팔고 있었다.

그 지하철 역 바로 앞에서 707번 버스를 타면 두세 정거장 만에 IKEA 매장에 도착할 수 있다. 아마 전세계에서 가장 큰 IKEA 매장이 아닐까 생각하는데, 주차장만 해도 무슨 운동장 크기이고 매장도 원형 3층 리빙관 같은 부분과 계산대에 이르기까지 장장 30분이 넘게 걸리는 비비 꼬아둔 길목에 화초, 커튼과 카펫 등의 직물, 침구류, 조명, 셀프 조립 가능한 각종 금속·나무 제품, 초, 주방 용품, 컵 등등을 엄청나게 많이 팔고 있었다. 계산대도 거의 100m에 걸쳐서 있었던 듯. IKEA에서 실제로 산 것은 책상 위에 둘 가로 3단 금속 선반과 간단한 플라스틱 박스 몇 개 정도밖에 없었는데 매장을 한 번 다 돌아보는 데에만 2시간 가까이 걸렸던 것 같다.

IKEA의 제품들은 전반적으로 우리 가족이 좋아하는 디자인 스타일이다. 한국에서 파는 가구들은 겉만 번지르르해보이게 만들어놓고는 막상 실속이 없고 마감 처리가 세심하지 못한 경우가 많았는데, 여기는 스칸디나비안 디자인의 아주 깔쌈한 맛에 마감은 중급 이상 수준을 보여주고 있다. 매장 어디를 둘러봐도, 건축가인 아버지의 영향으로 디자인에 꽤나 까다로운 편인 우리 가족이 ‘이건 좀 아니다’라고 말할 만한 건 거의 없었던 것 같다. 아마 부모님과 함께 왔으면 뭐 살지 한참을 고민했을 것이다. (한국엔 왜 IKEA 매장이 없는 것이냐.. ㅠㅠ)

IKEA 제품 가격들을 보면 먹거리로는 한국의 2배에 이르는 물가에도 불구하고 한국과 비슷한 수준(?)의 착한 가격대를 보여주는데, 왜 그런가 생각해보니 거의 모든 것이 셀프로 이루어지기 때문인 것 같다. 부엌 가구처럼 전문적인 설치를 필요로 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대부분 부품을 사서 직접 조립해 쓰는 방식이고, 심지어 계산대조차 바코드를 스스로 찍고 카드를 긁는 시스템으로 되어 있다. (참고로 여기서는 거의 모든 것을 신용카드나 직불카드로 계산 가능하다. 심지어 학교에서 수업 자료를 나눠줄 때도 미리 제본을 떠놓고 학과 사무실에서 일정 금액을 내고 받아갈 수 있게 하는데 이것도 신용카드 결제가 가능하다. 정말 지하철 구멍가게나 길거리 포장마차 수준의 작은 가게가 아니면 거의 100% 카드 사용이 되며 현금으로 내더라도 영수증을 반드시 챙겨준다. 그만큼 카드 사용이 일반화되어 있기 때문에 계산대의 99%를 셀프 카드 계산기로 해도 무리가 없는 것이다.)

어쨌든 힘들게 쇼핑을 마치고 Jiang과 함께 저녁으로 중국 요리를 만들어 먹었다. 한국의 중국 음식점에서 먹는 그런 비싼 요리가 아니고 실제 일상에서 먹는 요리 말이다. 확실히 중국 음식이 기름을 많이 쓴다는 것을 알 수 있었는데, 문제는 내가 칼질을 잘 못해서 감자 껍질 벗기고 채썰기 하는 데만 한 시간이 넘게 걸렸다는 것.;; (하다보니까 요령도 생기고 속도도 붙긴 하는데 일단 처음에 너무 느렸다-_-) 둘 다 요리를 해본 경험이 별로 없어서 칼질이라든가 이런 기초적인 스킬 부족으로 인해 토마토와 고기를 넣은 계란탕(한국에서는 스파게티를 제외하고 토마토를 익히는 경우가 거의 없는데 중국에서는 제법 그렇게도 먹는 모양), 채썬 고기를 섞은 감자볶음, 피망(파프리카)이 들어간 고기 볶음 이 세 가지를 만드는 데만 무려 2시간이 넘게 걸렸다. 아시안 마트에서 사온 중국식 고춧가루 소스의 향이 딱 중국 음식이라는 느낌이 나게 만들어주었다. 이날 Jiang이 소스 넣고 요리하는 모습을 보고 나중에 나도 한국에서 가져온 고추장과 아시안 마트에서 사온 두부, ICA에서 산 고기와 야채를 합쳐 마파두부 비슷한 것(?)을 해먹었다. 흐흐;

아무튼 이제 필요한 거 사려면 대충 어디를 어떻게 가면 될 지 알 수 있었다. (그러고보니 봄 되면 머리 한 번 깎아야 할 것 같은데 이게 좀 걱정이다-_- ‘학생 머리로 단정하게 다듬어 주시고 앞머리를 좀더 많이 깎아주세요’를 영어로 어떻게 표현하지,,-_-) 슬슬 스톡홀름이 익숙하게 느껴지기 시작하고 있다.

ps. 영어에 관해 한 마디 하자면, 한국에서 영어 말하기를 위해 가장 시급한 교육이 악센트를 익히게 하는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듣기야 뭐 시험 잘 보려면 연습을 해야 하니까 그래도 어느 정도 되는데, 말하기는 보통 시험에 잘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단어 외울 때도 악센트는 외우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막상 외국 애들하고 이런저런 대화를 하다보면, 서로 알아듣기 힘들어하는 이유가 바로 악센트를 얼마나 잘못 사용하느냐에서 오는 것 같다. 특히나 한국어가 성조 등이 없어져버리고 음의 높낮이나 악센트를 거의 고려하지 않는 언어라서 그 습관 때문에 더 주의해야 할 듯. 외국애들이 내 말을 잘 못 알아들을 때 악센트를 다르게 해보면 알아듣는 경우가 많더라;;; orz

ps2. 영어 번역은 나중에.. =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