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데이블로그 포스팅을 하고 나서 IRC에서 몇몇 분들과 이소연씨를 정말 우주인으로 인정할 수 있는가, 그렇게 막대한 예산을 들여서 이소연씨를 우주로 보낸 것이 합당한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를 했었다. 그 이야기를 양쪽 입장에서 정리해보았다.

부정적 의견

  • 우리 힘으로 우주에 간 것도 아니고 다른 나라 우주선을 빌려탄 것이 뭐가 그리 대단하다고 호들갑인지..?
  • 러시아에서 갑부들을 대상으로 시행하는 200억짜리 우주관광과 사실상 별로 다를 거 없는 대중성 이벤트 아닌가.
  • 그렇게 돈 많이 들여서 우주에 갔는데 하는 실험이 고작 그것(?)이냐.
  • 조금이라도 우주기술을 더 배워올 수 있도록 좀더 전문가를 보냈어야 한다.
  • NASA 홈페이지 등에 게재된 spaceflight participant라는 표현이나 commercial agreement라는 것은 우주관광객임을 보여주는 증거다.
  • 애초부터 한 방송사 혹은 주관 부처 등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이벤트였다. 다른 나라 우주선에 태극기 걸어놓고 쑈하는 거 부끄럽다.
  • 한국이 우주인 배출한다고 당장의 실용성을 가져다주는 것도 아닌데, 거기에 들인 돈을 다른 곳(인공심장 개발 등)에 쓰면 더 좋은 일을 많이 할 수 있지 않느냐. 하다못해 로켓 개발비로 쓰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 이소연씨 나중에 정치에 진출하거나 CF/TV 출연 등으로 돈 벌려고 하고 있는 거다.

이 외에도 네이버 등에 달린 소위 ‘악플’들을 보면 사각얼굴을 왜 우주로 보냈냐는 둥 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별의별 소리가 다 있지만 단순한 감정성 악플은 기각.

긍정적 의견 (사실 주로 내 의견-_-)

  • 지상에서 사실상 재현이 불가능한 장기간의 지속적 무중력 환경에서의 우리 손으로 얻은 실험 결과는 충분히 유의미한 것이다.
  • 현재 다른 선진국들도 유인우주탐사는 모두 미국과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다.1
  • 어차피 당장 유인우주기술을 확보할 수 없는 이상, 우주비행사(우주선을 조종한다는 의미에서)가 아닌 실험 참가자 정도라도 한발짝 내딛고 우주개발에 폭넓게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다.
  • 이미 그러한 우주실험을 진행했던 나라들은 해당 연구결과를 거의 공유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직접 우주로 가는 것이 필요하다.
  • 실험·임무 내용이 너무 기초적이라는 반론들이 꽤 있는데(특히 교육용 실험 때문인 듯) 제올라이트 결정 실험 등은 우주에서 해볼 가치가 있고, ISS 내의 소음 환경 측정과 같이 다른 나라의 우주개발에 간접적인 도움을 줄 수도 있으며 우주에서의 신체 변화에 대한 데이터와 우주실험 장비 제작에 대한 노하우를 얻을 수 있었다는 점이 과소평가되어선 안 된다.
  • 이소연씨의 경우 과학고-카이스트 석박사를 거쳐 엄연한 과학자의 배경을 가지고 있고 고산씨의 경우도 삼성종합기술원 연구원으로 근무하는 등 기본적인 과학·공학적 소양을 갖춘 인물이므로 전문성은 문제되지 않는다.
  • 과학, 특히 항공우주공학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것도 의미가 있다.

사실, 나도 처음에 우주인 선발한다면서 공개 모집 과정을 시작했을 때는 상당한 의심(?)의 눈초리로 이 사업을 지켜봤었다. 돈이 많이 들든 안 들든 우주에 갈 수 있는 기회라는 것 자체가 현재로서는 굉장히 제한적이고 국가적 이익을 위해 하는 일이니만큼 단순히 선발 과정 잘 버텨냈다고 아무나 보내도 되는 것인가 하는 점에서 말이다. 뭐 지금에 와서 결과론적으로 말하자면 고산씨나 이소연씨를 선발한 것 자체는 잘 했다고 생각하는데, (내 추측이지만) 일단 공개모집으로 해놓고 내부적으로는 처음부터 이공계 출신이나 비행사 출신을 뽑으려고 한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하다. 지금은 일단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쪽이지만 물론 나 또한 언론에서 너무 ‘영웅 만들기’ 식으로 보여주는 건 마음에 들지 않는다. (다행히 내가 스웨덴에 있어서 간접적으로만 정보를 접한 덕분인지 나는 별로 그런 느낌을 받지 않았으나, 대다수의 한국 거주 지인들이 그렇게 표현하고 있으므로 일단 그렇다고 해두겠다.)

어찌됐든 이소연씨가 맡은 바 임무는 잘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므로–실제 실험데이터를 나중에 분석해봐야 정말 그만한 가치가 있었는지는 알 수 있겠지만–좀더 큰 관점에서의 생각을 정리해보겠다. 위에서 나열한 부정적 의견들 중 상당수는 (내 생각에) 긍정적 의견으로 대치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논쟁이 될 만한 부분은 과연 한국이 지금 이 시점에 거액을 들여 사람을 우주로 보내야 하는가 하는 것이다.

이 기사에서 보다시피 과거 소련과 미국의 맹렬한 우주개발도 사실은 정말 인류와 과학 발전에 이바지하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양국의 이익을 위해 서로를 견제 대상으로 놓고 진행된 것임은 사실이다. 미국이 그 막대한 예산을 들여 달에 사람을 보냈을 때도 그 돈을 다른 곳에 쓰면 되지 않느냐는 의견이 존재했었고, 지금 한국 우주인 배출 사업을 바라보는 시각 속에도 여전히 존재한다.

이것을 보면서 분야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어떤 분야라도 초창기 선구자적 전망을 제시하는 사람들이 아닌 실질적으로 활용 가능한 기술 개발 단계에 다다르면 과학 연구도 결국 외적 요인에 의해 좌지우지될 가능성이 커지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명공학 쪽은 윤리적 문제가 발목을 잡고 있고, 우주개발은 항상 예산 문제 때문에 시끄럽다. 아마 로봇공학도 충분히 발전한다면 철학적 문제나 윤리적 문제가 연구에 큰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다. 물론 그렇게 발목 잡히는(?) 것이 나쁘다고 얘기하고 싶은 건 아니다. 여러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과학기술들은 어느 정도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지면서 진행이 되어야지 단순히 호기심만으로 접근했다가 연구자 자신만의 양심에 맡기기에는 위험한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러한 도전들이 이루어진 건 결국 사람의 끊임없는 호기심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분히 선전용 문구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케네디 대통령이 미국의 달탐사 계획을 발표하면서 ‘인간을 달에 보내는 것이 쉽기 때문이 아니라 어렵기 때문에 하고자 한다’라고 했던 부분이 여전히 감동스러운 이유는 미지의 세계에 대한 욕구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게다가 이제는 기술의 발전으로 우주를 에너지·자원의 보고로써 실용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굉장히 현실적이고 해결 가능성 높은 문제가 되었기 때문에 우주개발에 그만큼 예산 투입을 하는 것은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우주기술의 군사적 활용가치 때문에 기술이전이 잘 되지 않는 점도 있고.) 단지 돈이 많이 든다는 이유로 우주개발을 반대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고산·이소연씨가 우주인으로 뽑혔다는 것이나 그들이 하고 있는 임무가 과연 한국의 우주개발에 (들인 돈만큼) 정말 도움이 되겠느냐라는 것이 중요하다. 당장 우리가 직접 유인우주선을 발사하거나 미국·러시아의 우주선을 조종할 수는 없는 만큼 단순히 공군 출신의 우주비행사보다는 우주실험에 보다 집중할 수 있는 이공계 배경을 가진 사람들을 뽑았다는 점은 좋았다. 그럼 이소연씨가 하고 있는 실험들이 얼마나 가치가 있는가? 하는 물음에 답해야 할 것이다. 사실 해당 실험들이 얼마만큼의 경제적 이익이나 파급 효과를 가져올지 잘 알 수 없고, 그것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야 판단할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당장 뭐라고 장담할 수는 없는 부분이다.2 사실 그래서 당장 그 효과를 느낄 수 없기에 천문학적 예산이 들어가는 우주개발이 어려운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지금 이 시점에 한국이 우주인을 배출한 게 단지 쑈에 불과한 것일까? 만약 이렇게 달랑 우주인 배출만 해놓고 분위기 붕 띄워놓은 다음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그야말로 생쑈로 끝날 것이다. 우주실험 결과를 잘 활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후속 우주인을 양성하는 문제와 인공위성에만 집중해온 한국의 우주개발이 유인우주기술 쪽으로 좀더 지평을 넓힐 수 있도록 하는 국민적·제도적 관심은 기본이고, 여러 이공계인들이 지적하는 것처럼 이것을 기회로 보다 효과적인 이공계 교육 환경을 만들 수 있도록 재정비를 해야 한다.

뭐 아무리 미사여구를 갖다붙인다고 해도 사람이 직접 우주에 간다는 것 자체가 아직도 대중들에게 큰 이벤트가 되는 만큼 대중들을 위한 쇼 성격이 전혀 없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이미 선진국들의 행보를 보면 십수년 이내에 달과 화성에 사람이 영구 거주 가능한 기지를 만들겠다고 하는 등 이미 우주개발 자체가 단순 흥미의 차원을 넘어 인류가 살 수 있는 곳을 확장하고 자원 개발과 함께 인류의 지속적인 번영과 생존 가능성을 높이고자 하는 단계이므로 뒤처지지 않게 유인우주기술을 하루빨리 확보해야 하는 것은 맞는 말이고3, 이소연씨 귀환 후 그녀와 정부가 앞으로 어떤 행보를 보이느냐에 따라 다시 평가가 갈라질 것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진전을 이룬 러시아 우주청과의 관계 활용, 우리 기술로 유인우주선을 발사하게 될 때를 대비한 추가 우주인 양성 등의 계획이 진행 중이라는 것은 고무적이다. 하지만 이와 함께 근본적인 과학교육 개선과 지속적인 관심 및 사회적 합의를 요구하는 이러한 과학자들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아직은 걸음마 수준인 한국의 우주개발이지만 앞으로 우주에도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필요해질 것이고 지상에서 맡은 바 열심히 일을 한다면 우주에서 일할 기회가 주어질 것이라는 이소연씨의 말에 공감한다. 잠깐의 관심으로 그치지 말고 365일 계속 관심을 보여달라는 그녀의 부탁을 들어줄 수 있도록 정부가 노력하길 바라며 글을 마친다.


  1. 사실 이 점에서 중국의 유인우주선 발사는 독자개발 노선을 걷고 있다는 점에서 굉장히 유의해서 지켜볼 필요가 있다. 정말로 문라이트 마일과 같은 중국-미국 간의 우주 냉전 시대가 펼쳐질 가능성도 있다. 

  2. 한편으로 사람을 직접 우주에 보내 각종 작업과 실험을 하는 것보다 무인우주기술을 더 고도화시키는 것이 비용도 싸고 안전하다는 의견도 있다. 유인우주기술 자체는 꼭 확보를 해야겠지만, 비용 면에서 문제가 된다면 인공위성 대신에 원하는 실험이 가능한 실험장비를 쏘아서 무인으로 실험을 진행한 다음 다시 회수하는 방법도 가능할 것이다. 

  3. 이렇게 써놓으면 뭔가 거창해보이긴 하는데, 이전 포스팅에도 적었다시피 아직 ISS를 제외한 다른 우주개발 계획들은 대부분 국가 단위로 진행되고 있어 인류 전체로 봤을 때 시간과 노력의 낭비가 만만치 않다. 현재의 세계 정치 체계가 그대로 유지된다고 가정했을 때 달·화성 수준이 아니라 태양계 외곽 혹은 바깥으로 사람을 보내는 일은 상당히 힘들지 않을까 싶다. 미래엔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