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공학동 피아노
- Posted at 2007/01/25 02:19
- Filed under 살아가기, 생각하기
아까(...벌써 어제..) 학부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보니 매점 2층 다용도실에서 사람들이 뭔가 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어차피 방학이니 수업도 없을 테고, 저녁 시간이라 크게 방해될 것은 없겠지 하는 생각이 들어서 기계공학동 로비에 있는 피아노를 치러 갔다.
요즘은 주로 모차르트의 곡들을 치고 있는데, 잘 치는 것도 있고 못 치는 것도 있고 그렇다. 어차피 전공자도 아니니 뭐 살짝 틀리는 건 넘어가는 셈치고, 다만 듣기에 거북하지 않을 정도로 칠 수 있는 곡들을 골라서 생각나는 대로 죽 쳤다. 로비의 소파에 앉아있던 사람들 무리가 없어지기도 하고 생기기도 하고, 지나가는 사람들도 간간이 보이고...
1시간 쯤 쳤을까, 캠폴 아저씨가 돌아다니며 문단속을 하는 게 보였다. 어차피 건물을 폐쇄하거나 할 건 아닐 것이므로 로비에 있는 나는 계속 피아노를 쳤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소파에 가만히 앉아있는 사람이 보였다. 한 곡을 다 연주하고 다음 곡으로 넘어갈 때 흘끗 보니 계속 날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_-; 뭐 나는 구경 좀 하러 왔나보다 하고 계속 치는데 듣다가 지쳤는지(?) 아예 잠들어 있다.
다소 빠른 박자의 1악장, 3악장 위주로 치다가 잠시 느린 템포의 2악장 2개를 치고—원래 소나타는 세 악장을 순서대로 다 연주해야 작곡가가 말하는 스토리가 완성된다고 하지만, 배울 때, 연습할 때 악장별로 따로 했기 때문에 나는 내키는 대로 친다—마지막으로 K.331 3악장, 흔히 터키행진곡으로 알려진 그것을 쳤다. 사람이 별로 없는 때라서 그런지 소리도 잘 울렸고, 그래서 페달을 줄이고 최대한 깔끔한 스타카토로 처리해주었다. (원래 모차르트곡은 울림 페달을 안 쓰는 게 맞지만, 실력이 부족하여 페달 없이 내가 원하는 소리를 얻지 못하는 경우도 있어서 가끔 사용한다)
그 연주가 끝나고 혼잣말로 '이제 가야지' 중얼거리며 책을 챙기자 아까부터 듣다가 잠든 그 남자분이 부스스 일어났다. 내가 가방을 들고 일어서자 2층으로 슬그머니 사라졌다. 안경 쓴 남자분이었는데, 얼핏 보기에 나이가 좀 있는 듯한 인상이었는데... 혹시 교수님이었나? 아무튼 아는 사람은 아니었다.
그래도 부족한 내 연주를 들어준 사람이 있어서 기분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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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차르트, 연주, 피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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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larnara 2007/01/25 03:47 # M/D Reply Permalink
어렸을 때 피아노를 하다가 그만뒀었는데, 요즘에는 왜 그만뒀을까 정말 후회됩니다. 취미활동으로 악기를 다룰 줄 아는 친구들을 보면 부러워요. 뭐랄까, 악기를 다룰 수 있다는 자체가 부러운 건 아닌데, 자기 기분을 표현할 수 있는 자유로운 수단이 있다는 게 부럽달까요.
그나저나 피아노연주까지 하시니, daybreaker님 역시 엄친아셨군요 :)-
daybreaker 2007/01/26 13:56 # M/D Permalink
저도 초등학교 5학년 무렵 위기(?)가 찾아왔었습니다.
그런데 다행인지 불행인지 집이 서울에서 용인으로 이사하면서 1년 정도 피아노를 쉬게 되었고, 다시 피아노에 열정을 불태울 수 있는 마음이 생겼다고 해야 될까요.
중학교 입학 후 1학년 2학기부터인가 피아노를 끊었는데, 2학년 2학기 때 시험기간(...역시 시험기간의 위력...-_-)에 갑자기 피아노에 말리면서부터 지금까지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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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형z 2007/01/25 10:25 # M/D Reply Permalink
오..이제 관객도 생겼네.ㅎ
나도 나중에 한번 들으러 가야겠다..ㅋ-
daybreaker 2007/01/26 13:57 # M/D Permalink
흐흐, 나중에 몇몇 사람들 데리고 소규모 연주회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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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yudevil 2007/01/25 22:20 # M/D Reply Permalink
http://www.mymomsfriendsson.com 추천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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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breaker 2007/01/26 13:57 # M/D Permalink
ㄹㄹㄹ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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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규君 2007/01/26 03:14 # M/D Reply Permalink
피아노를 마지막으로 쳐본게 언젠지 기억이 안남;;